아프리카 여행

아파르트헤이트 : 사람을 차별하는 죄

등불지기 2012. 9. 11. 03:11

 

 

 

오늘은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으로 여행을 가보겠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 란 단어를 모르면 이 나라를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단어는 남아공의 소수 백인과 다수 유색인조의 분리 정책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정책에 의하면 흑인들은 정치, 경제, 교육 면에서 매우 불리한 차별대우를 합법화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1950년대 이전에도 있었지만 1950년에 시행한 주민등록법 이후 본격화되었고

1960년대에 이르러 '분리발전정책'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국민당이 1948년에 집궈나면서 이러한 분리정책을 매우 강하게 시행하였습니다.

1950년에 주민등록법과 함께 새로이 제정된 집단 지역법에 의하면 도시에 각 인종이 거주하는 구역과 업무 구역을 따로 서정했고,

인종들 사이에 모든 사회적 접촉을 법으로 금지학, 공공시설의 사용을 분리했고, 교육기준도 분리하였으며,

인종에 따라 직업도 제한하였고, 흑인들의 노동조합을 불허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법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1976년 소웨토Soweto에서 집단 시위를 발생하게 만들었으며,

국외에서도 비난을 받게 되었는데 1985년에는 영국과 미국이 제재조치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1993년에 신헌법이 통과되어 흑인들에게도 참정권이 부여되었고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최초의 흑인정권이 들어섬으로 해서 아파르트헤이트는 법적으로 종식하게 되었습니다.

 

 

 

수 십 년 동안 지속된 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요..

흑인정권이 들어선 지 제법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영향이 남아 있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근본 정신은 백인우월주의 사상입니다.

위에서 보는 바가 대다수 백인들이 (전체 5천만 인구 중에서 약 3-4백만 정도 차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이고 가치관입니다.

대부분 백인들은 공식적으로 이렇게 말하지 않으나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며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얼마전 제게 이 말을 한 사람은 교회에서 오래 다니며 신실한 크리스찬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지요..

 

 

 

흑인들은 백인들이 다니는 곳에 자유로이 갈 수 없었습니다.

낮에는 백인의 거리에서 일하다가도 (이때도 반드시 통행증을 경찰에게 제시해야 했습니다.)

해가 지면 반드시 백인 구역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총을 쏘아 죽여도 백인은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종차별정책을 어기거나 저항한 흑인들은 구속되거나 고문을 당하였습니다.

 

 

인종차별정책은 정치, 경제,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흑인들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흑인들은 백인이 사용하는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어긴다면 어김없이 구속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남아공에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학교들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대해 신학적으로 옹호를 했고,

백인교회들 역시 그러했다는 것입니다.

남아공에 있는 유명한 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들이 한국에도 계시지요..

그분들이 공부할 때에는 백인구역만 다녔습니다. 그분들이 "아, 남아공은 이런 나라다!"라고 하시는 것은 자신들이 본 것을 토대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백인교수나, 백인목사들 중에 흑인 마을에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거나 제자훈련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은 여지껏 백인 중에 한 사람도 흑인 마을에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제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교회들이, 그리고 신학교들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비난하기는 커녕 오히려 신학적으로, 성경을 가지고 옹호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신학자들은 "하나님께서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창조하셨다"라고 가르치면서 이 악독한 정책을 지지했습니다.

개혁자들의 후예라고 자처하던 신학자들이 "흑인들은 저주받은 함의 자손"이라고 가르치면서 이 가장 불의한 정책을 옹호했습니다.

이곳에 여행하거나 잠시 살아본 분들은 자신들이 만나본 백인들은 친절하고 겸손하고 신사적인 사람들이라고 말을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속을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백인들이 (특히 집단적으로 볼 때에) 얼마나 탐욕적이고 이기적이고 냉혹한지 경험해보기 전에는 모를 것입니다.

그들은 흑인들을 기본적으로 열등하다고 믿고 있으며,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대합니다.

백인들의 교회를 가면, 특히 백인들의 언어인 아프리칸스로 예배드리는 교회에서는 흑인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어를 쓰는 교회는 얼마 되지 않는데 그런 교회에서도 백인들과 흑인들은 예배 후에 서로 교제하는 모습을 보기란 어렵습니다.

 

 

신학교 백인교수들은 지금도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차별한 것이 아니라 분리한 것 뿐이다"

"성경을 봐라. 하나님도 밤과 낮을 분리하시지 않으셨는가?"

차별과 분리라는 단어로 아파르트헤이트를 정당화하려고 하는 모습을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불의한 정책의 근거를 교회와 신학교에서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서 싸워야 할 교회와 신학교가 오히려 불의한 정책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나는 흑인 목회자들 중에 특히 나이가 많은 (아파르트헤이트 아래 젊은 시절을 보낸) 목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백인, 백인 선교사)은 우리에게 성경을 가져다주었고, 대신 우리에게서 황금을 가져갔습니다."

서구선교학계에서는 리빙스턴을 위대한 선교사라고 치켜세우지만 아프리카 흑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리빙스턴은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의 길을 열어준 개척자일 뿐입니다.

자, 차별이 아니라 분리라구요? 이런 식의 논리가 신학교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런 말장난을 신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성경의 처음은 하나님께서 모든 짐승을 그 종류대로 지으셨다고 말하지만 사람을 지으실 때 그 종류대로 분리하셨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경의 마지막은 각 나라와 방언과 족속에서 한 무리가 나와서 하나님과 어린 양께 영광과 찬송을 돌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차별하거나 분리하여 대하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너희가 가졌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여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죄자로 정죄하리라.(약2:1-9)"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무서운 죄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한국사람들은 백인들에 비하여 흑인을 차별한 역사가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흑인 마을에 들어가기가 용이합니다.

항상 조심하여야 하지만 흑인들은 한국사람들에게 대해 호감을 가지고 우호적으로 대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흑인들을 차별하지 않을까요?

제가 볼 때는 백인 못지 않게 흑인들을 차별하는 한인들이 참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열등하고, 무식하고, 미련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한인들이 참 많습니다.

백인들에게는 굽신거리면서 흑인들에게는 함부로 막말하는 한인들이 참 많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옛부터 선비와 오랑캐, 양반과 반촌을 차별하는 것이 몸에 배여왔습니다.

외모로, 가진 것으로, 배운 것으로,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이 오랜 역사에 습성화되었고 체질화되었습니다.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무서운 죄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오직 차별없이 은혜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대로 아는 길뿐입니다.

 

오늘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을 다녀오면서 우리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얼마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무서운 죄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