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로벤 아일랜드 : 때를 기다림

등불지기 2012. 9. 17. 16:59

 

 

오늘 저와 함께 여행을 떠날 곳은 로벤 아일랜드란 곳입니다.

케이프타운 워터 프론트에서 배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섬으로서 백인 정부 시절에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교도소가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된 곳입니다.

 

 

 

로벤 아일랜드로가려면 워터 프론트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합니다.

배삯은 얼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수기(방학 12월)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교소도 건너 테이블 마운틴이 가까이 보입니다.

 

 

 

수감자들이 작업을 했던 안 뜰입니다.

 

 

 

교소도 감방

 

 

 

로벤 아일랜드(Robben Island)가 유명한 관광지가 된 까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가 수감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변호사와 인권운동가로 일하다가 백인 정권에 의해서 1962년 체포되었고, 1964년 6월 11일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리고 이 로벤 아일랜드에 있는 감옥에 무려18년간 (1964~1982년) 수감됩니다. 로벤 아일랜드 이후에도 1988년까지 폴스모어 교도소에서 수감됩니다. 그러니까 무려 한 세기의 4분의 1을 감옥에서 보낸 것입니다. 감옥에 갇힌 동안 만델라는 국제적으로 여러 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1990년 석방되고 1994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그전에199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참고로 남아프리공화국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람이 무려 네 명이나 됩니다. 그만큼 정치적인 지도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감옥에서 지내며 핍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만델라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뒤 전혀 보복정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인을 부통령에 임명했고, 복수가 아닌 용서와 화해의 길을 선택한 지도자로서 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일 감옥에서 30년 가까이 갇혀 지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델라는 어떻게 그렇게 긴 세월 동안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지낼 수 있었을까?

이 두 가지 의문들은 로벤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제게 큰 울림을 가져다준 물음이었습니다.

제가 로벤 아일랜드에서 발견한 답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그는 자기 신념을 자기 상황보다 더 믿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아파르트헤이트는 끝날 것이고 불의한 정부는 꼬리를 내릴 것이라는, 그때는 반드시 올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신념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감옥의 굵은 창살도 그 신념을 옭아맬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그는 감옥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수감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정신적인 교류를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앞에 사진에서 보듯 1966년 감옥에 수감된 그에게 월터 시슬루라는 정신적인 스승과도 같은 친구가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월터 시슬루는 체구가 아주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신세계는 넬슨 만넬라를 압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신적인 지주요 멘토와도 같은 시슬루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로벤 아일랜드에서 배웁니다.

굵은 쇠창살이 우리 삶을 제한하고, 감옥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지라도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이곳 로벤 아일랜드에서 배워봅니다.

또 한 가지..

오랜 세월 억압과 탄압의 상처를 받으며 지냈음에도 정권을 잡은 후에 결코 분노와 보복의 정치가 아닌, 용서와 화해의 길을 제시하였던 그 힘이 어디서부터 나오는 걸까요? 이 역시 자신이 가진 가치와 신념을 자신이 받은 상처와 아픔보다 더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외로운 섬 로벤 아일랜드에서 용서와 화해의 비결 또한 배우게 됩니다.

 

 

 

원래는 테이블 마운틴이 보여야 하는데 신비로운 모양의 구름이 덮고 있어서 찍어보았습니다.

마침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새가 찍혔네요..

내가 만일 이 섬에 18년을 죄수의 신분으로 갇혀있었다면..

저 새처럼 날개가 있어 자유로이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공중의 나는 새를 부러워했을 것입니다

테이블 마운틴을 덮고 있는 구름처럼 내 앞길이 보이지 않고 답답한 삶이 계속 된다면

이곳 로벤 아일랜드에서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 그리고 그의 멘토이자 친구였던 월터 시슬루처럼 때를 기다리며 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카스 펭귄들만이 오로움을 달래주는 곳...

넬슨 만델라가 18년 수감되어 있으면서도 희망과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던 곳...

굵은 쇠창살과 무서운 눈빛의 교도관들도 가둘 수 없었던 신념의 불꽃이 있었던 곳...

상처와 아픔과 억압을 분노와 복수가 아닌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키는 고귀한 정신이 태동했던 곳...

 

 

 

로벤 아일랜드였습니다.

 

(참고로, 3년 전 아이들과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교도소 안과 밖을 구경하는 것에 너무 심심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펭귄을 보고, 배를 타는 것 외에는 그다지 재미없어했습니다. 그런데 로벤 아일랜드는 제가 다녀본 여행지 중에서 가장 인상이 남는 곳이었고 가장 도전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 수감되었을 때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비록 몸은 감옥에 갇혀 있을지라도 그의 영혼은 함께 하시는 예수님, 다시 오실 예수님의 영광으로 인하여 흥분과 감격으로 충만했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도 가둘 수 없는 그러한 가치, 비전, 고귀한 신념이 과연 내게 있는지? 그러한 가치와 신념을 지니고 살면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지? 제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