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큰 딸 주은이가 다니는 여고입니다. 이 지역에 유일한 영어학교입니다. 다들 하교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교육분위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주은이가 다니는 학교를 중심으로)
고등학교는 7시 30분에 수업이 시작해서 오후 1시 30분이면 수업이 끝나고 하교합니다. 초등학교도 7시 30분에 수업이 시작해서 1시 20분이면 수업이 끝납니다. 중간에 두 번 브레이크가 있어서 간식을 먹습니다. (도시락은 매일 싸줍니다. 샌드위치, 과일, 물이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공부량이 한국보다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하교후에는 체육활동과 음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원으로 곧장 가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학원은 찾아보면 있긴 있으나 아주 극소수만 이용하고 대부분은 집에서 숙제를 합니다. (저의 집 아이들은 영어아 아프리칸스가 약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시간씩 과외선생님이 찾아와서 언어를 지도합니다. 나이가 60이 넘은 베테랑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 언어를 지도해주는데 한 시간 과외비용이 원화로 7천원입니다. 이곳에서는 고액과외는 결코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월급은 한국보다 매우 낮아서 100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그래도 교사의 인격적인 자질이나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고 또 교사에 대한 사명이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교사에 대한 권위가 살아 있어서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중하고, 교사도 원칙중심으로 엄격하게 가르칩니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예의를 강조하여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있으면 부모는 학교에 불려가서 경고를 받고, 시정되지 않고 문제가 반복되면 가차없이 퇴학시켜버립니다. (물론 학교와 지역에 따라 교사와 교육의 질이 좋지 않은 데도 있습니다.) 수업료는 한 달에 20만원 정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매우 싼 편에 속합니다. 어떤 학교는 한 달 수업료가 200만원 가까이 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학교나 기숙사 시설은 있습니다. 심지어 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도 기숙사가 있습니다. 집에서 등하교를 하는 여고생을 day girl이라고 부르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하는 여고생은 border girl이라고 이곳에선 부릅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비용이 더 올라갑니다.)
고등학교(8학년)부터는 학생들이 배울 과목을 따라 교실을 옮겨다닙니다. (한국은 아직도 과목 선생님이 교실로 찾아오나요?^^) 고등학교는 5학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7학년, 고등학교 5학년) 8학년이 신입생이 되는 것입니다. 10학년부터는 과목수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싫어하는 과목을 뺄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학년 중간에 공부하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부모의 확인을 받아서 과목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주은이는 올해 초 선택한 Business과목을 공부하다가 어렵고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아서 Accounting으로 얼마 전에 변경하였습니다. 변경한 후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학교 밖에서 음악이라든지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도 과목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일년에 4학기로 운영되는데 방학도 네 번 있습니다. 그리고 매학기 마지막에 시상식prize-giving ceremony가 열립니다. 시상식은 대학교이 크고 좋은 강당을 임대하여 전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가집니다.
특이한 것은 시상을 할 때 전체 성적을 가지고 시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목별로 시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운동이나 댄스나 음악을 잘 해도 전체 앞에서 시상을 합니다. 학교에서는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도 강조하지만 이곳에서는 운동을 강조합니다. 고등학교까지는 학업량이 적어도 대학교에서는 학업량이 매우 많아서 한번이라도 수업에 빠지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과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 대학생 때는 두뇌보다는 체력이 변수가 됩니다. 제가 볼 때 한국학생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는 경쟁력이 있는데 대학교나 상급 학교에 진학할수록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교육이 대학입시 위주이 교육이고, 대학교육은 취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체력에 있어서도 밀린다고 보입니다. 외국학교는 고등학교까지는 기본개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체력을 비축해두었다가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집중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대학교에서의 전공실력은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반면 한국은 몇몇 대학학과를 제외하고는 취업위주로 공부를 하기에 전공에 있어서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수학을 예를 들어보면, 한국 학생의 경우 첫 해는 대게 수학Math에서 다들 상을 받습니다. 교과서는 나눠주지만 집으로 가져오지 않고, 대신 수업노트를 가져와서 공부를 하는데 한국에서처럼 일방적으로 받아적는 방식이 아니라 그림도 붙이고 도표도 그리는 등 창조적인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숙제도 물론 있는데 스스로 도표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오려서 붙이는 등의 숙제(이곳에서는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가 많아서 어느 개념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수학의 경우는 한국보다는 2년 정도 수준이 낮은데 응용하는 문제가 많아서 단순한 공식을 알고 있다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이고, 그래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국학생들도 어렵게 느낍니다. 한국처럼 공식을 알고 네 가지 답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그런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곳 현지인들도 어려워하는 과목은 영어와 아프리칸스어인데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과목입니다. 영어과목의 경우 스피치speech가 많고 에세이 작문도 많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문법위주의 시험은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수업량과 공부량은 한국보다 많지 않은데 반해 매우 실용적이고 응용하여 서술하는 문제가 많고 많은 정보를 아는 것보다는 하나의 개념이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프레토리아에 살 때 일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하다가 이곳에 이사를 와서 8학년에 처음 입학하였을 때 언어문제를 비롯하여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주은이가 이번 Prize-giving ceremony에서 처음으로 top 10에 들어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들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니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한국에서 사역으로 재정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월세를 옮겨다니느라 아이들의 전학이 잦아서 늘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했었고..또 아프리카까지 따라와서 현지 학교에 처음 적응하느라 남몰래 눈물 흘릴 때는 많이 미안하고 또 안쓰러웠는데 이렇게 잘 적응하는 모습 보니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요 많은 분들의 격려와 기도 덕분임을 느낍니다.
또 한편으로 지난 주 성적문제로 한국에서 자살한 학생 이야기를 접하면서 한국의 교육과 학생들을 위해서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구에서는 지난 10개월 동안 성적문제 등 학교문제로 인해 자살한 학생이 11명이나 됩니다. 이곳에서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는 학생은 하나도 없고, 성적때문에 자살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프리카에 바라본 한국의 교육은 약간은 유별나고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사실 저도 한국에 있었을 때 홈스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ㅠㅠ)
믿는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지 않는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자녀에게 복음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둘째, 자녀에게 재정에 대한 가치와 원칙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셋째, 자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오늘 주일은 로마서를 13번째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나누었습니다. 현지인 교회에서 초청받아 설교하는 날을 제외하고 주일예배는 가정집에서 드리는데 (한인교회가 없기도 하고, 또 언어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제가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욕심'도 있어서 오래전부터 집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각자 설교노트에 기록하게 합니다. 아이들 설교노트를 보면 참 재미있는데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색칠도 하기도 하는데 충분히 본문을 잘 이해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로마서 6:1-11절을 가지고 영적 세례(성령세례)의 의미와 구원에 대해서 설교했고, 오늘은 6:12-23을 가지고 우리 몸을 의의 도구로 드리는 삶에 대해서 함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제 아이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복음을 함께 나눈 이 시간이 제 인생에서 제일 보람있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재정에 관해서는 어려운 형편에도 조금씩 용돈을 주는데(매달 1만 5천원에서 2만원 정도) 저의 집에서는 은행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각자에게 계좌account를 열어주고, 직접 돈을 쥐어주지않고 본인의 계좌에 넣어줍니다. 그리고 입금deposit과 인출withdraw와 이자interest에 대해서도 경험하게 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필요와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디폴트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재정원칙과 가치에 관해서는 따로 시리즈 성경공부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청에 관해서는 매주일 저녁마다 '가족의 시간'family time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일 저녁 8시면 거실에 모여서 가족의 시간을 갖는데 제가 간단히 기도하고 한 두 곡의 노래를 함께 부른 다음 돌아가면서 "지난 주간 감사했던 것 1가지 이상" "지난 주간 마음이 어렵거나 속상했던 것 1가지 이상" 그리고 "다음 주간 기도제목 1가지 이상" 이렇게 나누도록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나눌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주중에는 누가 사주지 않으면 과자 먹을 일이 저희 집에는 없는데 가족의 시간만큼은 저와 아내가 사서 미리 준비해둡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족의 시간이 재미있는 시간이라 여기고 기다립니다. 모두 빠짐없이 나눈 다음에는 함께 '합심기도'(?)를 소리내어 하고, 순서를 정한 대로 한 사람이 마무리 기도를 합니다. 그런 다음 가족이 서로 돌아가며 안아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또 2부 순서로 윷놀이나 카드게임 등 게임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은 저희 가정이 오래 전 YWAM에서 전임간사생활을 할 때 배운 것으로서 선교지에서 생활할 때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서로에 대해 속상한 것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 들어주면서 관계문제를 회복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 어떤 사역보다 가족의 시간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정이나 교회 그리고 직장에서 이런 가족의 시간을 갖는 일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일예배를 마치고 특송연습하는 시간을 갖는 중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주립 오케스트라 오디션이 있었는데 큰 딸 주은이가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고 시상식과 함께 기쁨이 배가되었던 날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올 때 제일 가벼운 악기인 것 같아 플룻을 사서 들고오기만 했지 한국에 있을 때는 불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5단계를 정식으로 패스하게 되었고 오케스트라에서 정식 단원이 되어 현지인 언니 오빠들과 함께 활동하게 되어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참고로, 이 나라 음악교육에 관해서 한 마디 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어릴 적 피아노나 기타 악기를 가르치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 입학을 위해 공부하기 위해 포기하는 경향이 있고, 또 음악학원에서 가르칠 때에도 진도 위주로 가르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음악은 배우는 이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없고, 교육도 진도위주로 하지 않고 강요하는 법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오랫 동안 교육을 받아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한국은 몇 달 안에 바이엘 얼마, 체르니 얼마를 떼는 식으로 가르칩니다. 그렇다고 이곳이 음악수준이 낮은 것도 아닌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험은 까다로워집니다. 플룻의 경우 총 8단계가 있고 각 단계마다 전문가 앞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4-5단계 시험부터는 매우 까다롭게 평가를 합니다. 비용은 어떨까요? 음..한국에서의 음악교육은 수업료가 비싸지만 이곳에서의 수업료는 매우 싼데요..대학교수가 개인레슨을 30분 하는데 수업료가 한국돈으로 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악기는 매우 비싼데 한국보다 최소한 2-3배 비싸다고 보면 됩니다.)
주은이는 오디션을 위해 [캐논]과 [세레나데] 두 곡을 준비해갔습니다. 지휘자와 부지휘자가 듣고나서는 어느 악보를 주면서 불어보라고 했는데 연습없이 악보를 보면서 부는 모습을 보여주니 지휘자가 만족했다고 집에 와서 자랑하더군요. 온 종일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밤늦게 합격을 축하한다고 문자가 와서 가족 모두 기뻐했답니다.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현지생활을 하게 될 딸을 생각하니 주님께 감사드릴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희가 가정에서 주일예배를 쭉 드려오면서 저는 정장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고, 아내는 반주로 예배를 돕고, 설교와 헌금시간 후에는 반드시 특송시간을 갖도록 해왔는데 큰 딸 주은이가 거의 대부분 플룻을 가지고 꾸준히 특주를 해왔던 것이 지난 주 있었던 오디션에 나름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악기를 하는 사람은 자기 무대가 있어야 하고 꾸준히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한국에 있었을 때는 주일학교에서 노래도 자주 부르곤 했는데 선교지에 있을 때는 노래를 부르는 일이 많지 않아 저를 포함하여 아이들 성량voice power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발견하고 예배시간 후에는 반드시 발성연습과 특송연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제일 앞에 있는 막내 고은(6학년)은 특히 음정조절과 성량에 문제가 많아서 아내는 벌써부터 고민입니다.ㅎㅎ
(아내가 반주하고, 주은이가 플룻을 불고, 시은이와 고은이는 목소리로 다음 주에 부를 특송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South Africa,
2012년 10월 14일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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