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Into the storm

등불지기 2012. 10. 17. 04:01

 

오늘 강의하러 길을 떠날 때 모습입니다. 오~이런!! 저쪽에 시커먼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네요... 이런 날은 슬슬 걱정이 됩니다. 왜냐면 현지인들은 비구름을 보게 되면 교회도 안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강의에 과연 얼마나 올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어쩌지? 그러면 공연히 헛걸음만 하게 되는데..솔직히 길을 떠날 때 이런 먹구름을 바라보면 전화를 걸어서 강의를 취소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운전하는 도중에 몇 번이나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ㅎㅎ

 

 

운전하면서 인생길에서 만나는 폭풍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지인들은 먹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교회도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폭풍이 다가오면 신앙도 포기하고 가는 길도 돌아서버립니다.

앞에 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폭풍은 지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폭풍 끝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것입니다.

믿음이란 폭풍 넘어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폭풍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가는 길에 사나운 먹구름이 일어날 조짐이 보입니까? 그래서 가는 길을 돌아서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까?

폭풍 넘어 있는 무지개를 바라보십시오.

 

 

드디어 저의 사역지인 Kokosi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먹구름이 상당히 가까이 왔네요..과연 몇 명이나 올런지요..

 

 

마을 입구입니다. 소낙비가 막 쏟아질 것 같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쩌지..

 

 

이곳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고원지대라 그런지 태풍이나 허리케인,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토네이도는 발생하긴 해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제일 위험한 자연재해는 '우박'과 '벼락'입니다. 얼마 전에는 벼락이 유치원을 강타하여 어린 생명들과 교사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일이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강의 1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교회사 중에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에 관한 것입니다. 혼자서 책도 보며, 기도도 하며, 학생들을 기다립니다.

 

 

학생들이 선생을 기다려야하는데 거꾸로 선생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

학생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하며 기다리는 중 강의실 뒷편에 있는 교회 게시판에서 마음에 드는 글귀가 있어서 찍어보았습니다.

"He who is not couragous enough to take risks will accomplish nothing in life"

오늘 운전하면서 묵상한 '폭풍 속으로 나아가는 인생'과 어울리는 구절입니다.

 

 

깨어진 유리창문 너머 공터에서 꼬마아이들이 먹구름이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놀고 있네요.

어른들은 폭풍을 두려워하고 폭풍이 오면 어떡하나 염려하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자기들의 놀이에 집중합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동안 학생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따라 어찌나 반가운지요..

감사하게도 한 명만 빼고 다 출석하였습니다. 게다가 청강생도 한 명 찾아와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오늘 강의는 교회사 중에서 르네상스가 종교개혁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교황이 포로로 잡혀가는 등 권위가 무너지고 개인마다 고전을 공부하고 성경을 연구하는 것이 강조되던 시대(1305-1517AD)에 관한 강의였습니다. 흑인 지도자들이나 목회자들 중에 교회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들에게 교회사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교회역사에 일어났던 문제들과 사건들이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늘은 '공부하는 일을 강조하는 목회자가 되자'고 강조하였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고전을 읽고 성경을 읽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부패한 교회를 개혁할 힘을 얻게 되었다고..

부지런히 공부하면 부패와 싸워 이길 힘을, 부패한 교회를 개혁할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배운 것을 혼자서 붙들고 있지 말고 남들에게 부지런히 나눠주며 남을 가르칠 수 있는 또 다른 제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했습니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서둘러 강의를 끝내야 했습니다. 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비를 맞으며 진흙탕길을 가도록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가 쏟아지면 어떤 길은 발목이 잠기고, 심지어 무릎까지 잠기곤 합니다.

 

 

서둘러 강의를 끝내주고 다 함께 합심기도를 하고 서로 악수와 포옹을 나눈 다음 저는 다시 차를 몰았습니다.

도로 왼쪽에는 비가 내리고 오른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있네요..

 

 

 

초점이 잘 맞지 않네요..전방에 엄청난 벼락이 많이 보였는데 한번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차들이 없을 때 가끔 시도합니다.

이제 많이 어두워졌고 저 앞에 전조등이 보이길래 오직 운전에 집중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cats and dogs 쏟아지면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서행해야 합니다.

 

 

사나운 비바람을 뚫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는데 아내가 집에는 우박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가끔 우박이 내립니다. 위 사진은 저의 집 마당에 내린 우박의 모습입니다. 눈이 아니라 우박입니다.^^

다행히 제가 운전할 때는 우박이 내리지 않았는데 운전할 때 우박이 내리면 정말 위험합니다. 비나 눈보다 더 위험한 것이 우박입니다. 눈길보다 더 미끄러운 길이 우박길입니다.

우박은 벼락과 함께 이곳 현지에서 가장 무서운 자연재해 중 하나입니다.

우박으로 인한 피해hail damage는 농장의 곡물뿐만 아니라 때로는 소나 양떼들도 피해를 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의 집 마당에 떨어진 우박의 크기는 지름 1-2cm 정도에 불과하지만, 큰 것은 5-10cm도 내리는데 큰 것이 위 사진에서처럼 비처럼 내리면 들판에 있는 동물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자동차 지붕이나 본넷에도 떨어지면 자국이 생기고 앞유리창이 깨어진답니다..

자동차보험회사에서 hail damage를 중요한 옵션으로 취급할 정도입니다.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하루였습니다.

안전하게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