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한국에서의 안식월 후기

등불지기 2013. 1. 19. 03:53

 

한국에서 40일 동안 안식월을 보냈습니다. 교회에서 저희 가정을 위해 방을 준비해주었습니다.

냉장고와 TV 그리고 온갖 양념과 쌀, 자동차 까지 준비해주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서울에서도 2주 정도 머물렀습니다. 강서구 가양동과 은평구 갈현동에서 머물면서 많은 분들과 만나서 교제했답니다.

위 사진은 어느 목사님 가정에서 머물 때 아침 동 터오는 장면입니다.

 

 

한국에 머무는 12월 한 달 동안 폭설을 세 번이나 경험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절대 경험하지 못할 폭설을 세 번씩이나..

아이들은 마냥 신났지만 운전을 하는 저로서는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논산 시골에 머물 동안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도 만들고 함께 눈싸움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안식월을 어떻게 보냈는가 하면 정말 정신 없이 바쁘게 보냈습니다.

일년에 한 번 한국어로 설교하면 많이 하는 아프리카 선교사로서 12번을 설교했으니까요..

수요예배, 주일오전, 주일 오후, 금요기도회, 성탄축하예배, 청년부, 심지어 중국인 예배에서도..

미리 설교준비를 할 시간이 없어서 몇 가지 본문을 가지고 반복했는데 저희 아이들이 "아빠, 또 그 설교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ㅎㅎ

제가 제일 많이 설교한 내용이 [기도응답의 비밀]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받은 응답의 은혜가 너무 많아서 만나는 교회마다 주로 그 부분에 관해 나누고 싶었거든요..

우리 집 아이들도 기도응답을 경험하면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러 아이들 앞에서 그 설교를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신대원에서 함께 신학을 한 동문들의 교회에서 저를 초청해주어서 역시 '동기 사랑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게 했답니다.

30여명의 개척교회에서부터 5백명, 3천명, 5천 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까지 다양한 교회에서 설교를 해보았습니다.

역시 동기들이 의식있는 목회자들이 많다는 생각에 동문이 목회하는 교회를 다닐 때마다 큰 감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느 목사님은 주중에는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목회하시는데 역시 교육에 대해 고민하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facebook에 제가 올린 글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출국을 준비하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잠시 돌아보고 있습니다..밖에서 살다 한국에 들어와보니 한국이 다시 보이는 부분이 많습니다..우선 드는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1)한국은 정말 살기 편한 나라이다. 음식점,교통,찜질방,병원,각종 서비스 업체들..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인지는 모르겠다. 속도,효율,편리함과 삶의 질quality은 무관하다.


 (2)한국은 정말 바쁘고 분주한 나라이다. 그것이 밖으로는 역동적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여유, 관조, 대화, 묵상 같은 소중한 것을 놓치기 쉽다.


 (3)한국은 삶에 대해 비관한다. 자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청소년자살보다 노인자살이 훨씬 많다.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자살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훨씬 가난하고 암울한데도 행복지수는 한국보다 훨씬 높다. 왜 그럴까?


 (4)한국은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다. 심지어 교회조차 외향적 성장(규모와 숫자)을 숭배한다. 하지만 외모에 신경쓸수록 내용은 부실해지는 법..


 (5)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자녀에 대한 관심도 많고 투자도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녀들은 방황하고 고민하고 있다. 공부는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놓치고 몸은 허약해지고 고민은 늘어만가고..

(6)한국은 스마트폰 세상이다. 전철을 탔는데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예전에 신문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7)한국은 모든 것이 빠르다. 아프리카에도 인터넷이 있지만 영화 한 편 보려면 하루 종일 걸려서 포기하기 일수다. 하지만 한국은 1-2분이면 O.Kay! 면허증 갱신하러 갔더니 얼마나 빨리 처리해주는지 놀랐다. 아프리카에서는 며칠 걸릴 일을 단 몇 십 분에 끝냈다. 빠른 것이 좋긴 하지만 기다리는 법을 잊을 수 있다. 인내를 이루어야 하는데 조급함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8)한국의 얼굴은 대채로 어둡다. ...특히 학생들의 얼굴은 더더욱..공부를 못해도 가난해도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얼굴이 밝다. 그러나 한국의 아이들은 얼굴이 너무 굳어 있다.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 얼굴조차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다. 교회 안에서조차 밝에 웃으며 인사하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잘 볼 수 없다.


 (9)한국은 다양성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와 다르게 말하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직도 많다.


 (10)한국은 건강한 개인주의가 부족한 듯 하다. 개인과 집단주의의 경계선이 아직도 모호하다. 내게 좋으면 남들도 좋아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 원수로 삼을 기세다. 그래서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또 거절에 대한 상처도 쉽게 받는다.

 

감사에 대해서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시50:23. 모든 제사는 희생이 따릅니다. 참 감사는 희생입니다. 감사해야 할 이유도 조건도 없지만, 심지어 불평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감사드린다면 그것은 희생제사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난관을 돌파했듯 올해도 참된 감사의 제사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입니다..올해도 화이팅입니다

 

권위에 대해서

저희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가 대선을 막 앞두고 있었을 때입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정치에 관한 말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권위를 업신여기고 권위자를 함부로 비방하는 말들에 적잖이 놀란 적이 많았습니다. 정치에 있어 국민들이 성숙하다는 것은 감정적 비난과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권위를 존중하고 권위자를 보호하면서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설득해나가는 모습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 사람들은 권위authority에 대해 좀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정치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에 대해서

한국에서의 1달 정도 살면서 매일 거의 두 끼니만 먹었는데도 체중이 3kg나 늘었습니다. 아랫배에 챔피언 벨트를 두른 느낌입니다.ㅠㅠ 이대로 몇 달만 더 살면 큰 일(?) 나겠습니다. 살 빼기 위해서라도 빨리 돌아가야겠습니다..ㅎㅎ 그 동안 만나는 분들마다 다들 최고의 요리로 대접해주셨으니..조선의 왕들이 왜 단명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아무튼 여러 나라를 돌아보았지만 한국의 음식문화는 세계 제일인 듯 합니다. 모든 음식이 다 맛있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음식문화는 역사와 비례하는 듯 합니다. 5천년 역사다 보니 먹거리가 얼마나 다양한지 모릅니다. 반면 아프리카는 겨우 3백년 역사에 먹을 것은 단순합니다...한국에서 잘 살려면 좀 적게 먹고 절제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교육에 대해서

한국에 머물면서 가장 깊이 가슴 아파했던 부분이 교육의 현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어떤 교수님은 더 이상 교단에 재미가 없어 조기 은퇴하기로 했다고 하시고, 어떤 고등학교 선생님은 힘들다고 탄식을 하시더군요. 제가 본 학생들의 얼굴은 근심걱정에 짓눌린 모습이었고요..대학생조차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엎드려 잔다고 하니..ㅠㅠ저희 아이들도 한국이 다 좋은데 학교에서 공부할 것 생각하니 끔찍한지 아프리카로 돌아가자고 합니다..한국교육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아마 책이라도 쓸 수 있을 듯...입시위주의 정책, 선행학습, 엄청난 사교육비, 백과사전식 주입식 교육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혜를 주는 교육, 창의성을 살리는 교육,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인에 대해서

세계속의 한국인..정말이지 특별한 민족입니다..두뇌도 뛰어나고 근성도 있고 성실하며 충성스럽고 배움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고 무엇보다 신앙심이 깊은 민족입니다..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한 달 여간 한국에서 머물 동안 많은 사랑 받았습니다..감사합니다. 주님 앞에 머물 때마다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현지에 도착해서도 계속 진리안에서 코이노니아하겠습니다 ㅎㅎ

 

상속에 대해서

어떤 분과 식사를 하면서 들은 우스개소리입니다. 요즘 자식에게 다 물려주면 부모는 굶어죽고, 하나도 안 물려주면 맞아죽고, 일부만 물려주면 (자꾸 조르기 때문에) 숨막혀 죽는답니다... 겉으론 웃긴 했지만 속으론 당연 기쁨이 없었지요..그래서 저의 부모님 얘기를 잠간 하려 합니다. 한국에 머물 때 부모님을 찾아뵙고 떠나올 때 봉투 하나를 내밀었지요. 필요없다고 인상을 찌푸리셨지만 눈가에 살짝 비치는 눈물은 감추지 못하셨답니다. 자식에게 물질을 물려주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 비슷한 것을 가지고 계셨고 그것 때문에 늘 한스러워 하시는 분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적 지독한 결핍이 너무 싫어서 몇번 가출을 시도한 적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부모님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자식에게 물려준 물질이 없지만 건강한 몸을 주셨고,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물질이 없었기 때문에 자식들은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 수 있었고, 나눠줄 유산도 재물도 없었기 때문에 자식들은 서로 돕고 우애할 수 있었고, 자식에게 나눠줄 풍요로움이 없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하나님의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보니 가난은 제게 큰 스승과 같았습니다. 세월이 지나 결핍이 이리도 큰 감사의 제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었으니 말입니다.

 

부모님에 대해서

혈기왕성하게 일하셨던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원로목사로 목회일선에서 물러나 625때 전쟁 난 줄 몰랐다는 그 시골 구석에 들어가 사시는 부모님 뵈러 발목까지 잠기는 눈길을 헤치고 겨우 찾아가 이산가족 상봉하듯 야곱과 요셉의 만남처럼 만나뵈었을 때 이제는 하늘의 부르심만을 기다리시는 모습 보니 어찌나 가슴 먹먹해지던지요..지금이 생전의 마지막 모습일 것 같아 더욱 그렇습니다..집밖에서 배웅하시는 모습에 살짝 비치는 눈물을 보니 가까이 모시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죄책감이 마구 밀려옵니다..그런데 문득 나는 어찌 그 부르심을 준비할까 생각이 드는 것 보니 저 역시 나이들어가나 봅니다

 

부르심에 대해서

한 달 동안의 꿀맛같은 안쉴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또 다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합니다..뭐 시시한 유혹이었지만 두 교회로부터 담임목사 제의도 있었습니다..젊을 땐 있고 싶은 곳에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행복이요 성공이라 생각했었지만 나이 들어보니 주님이 있으라는 곳에 있는 것이 행복이고 하라는 것을 하는 것이 성공임을 알아갑니다

 

방문한 모든 교회들과 만난 모든 분들을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남아프리카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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