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역 외에 신경쓰는 것이 두 가지인데 그 중에 하나가 자동차 문제입니다.
잔고장이 심해서 약 3개월 동안 정비소를 열 군데가 넘게 돌아다녔습니다.
지금까지 수리하거나 교체한 부품들은..
쇽업소버, 스테빌라이져, 레귤레이터, 연료펌프, 워터펌프 브란자,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몇 가지 부품 등 여러가지입니다.
얼마전에는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여 가슴 철렁한 적이 많았는데
도로 한 가운데서 자동차가 갑자기 서버리는 일은 아주 위험한 일이더군요..
브랜드 정비공장에 가도 고치지 못하더군요..(정비기술은 아프리카보다 한국이 훨씬 나은 듯 합니다..)
느린 인터넷을 다 뒤져서 원인이 될만한 부품을 하나씩 교체해나가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으로 원인을 찾아내었습니다.
결국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어로는 '크랭크 각 센서'crank position sensor라고 하고 이곳 현지에서는 impulse sender라고 부르는 작은 센서인데
이 부품을 교체하고 나니까 주행중에 시동 꺼지는 현상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한국에서는 5만원 정도면 수리하는 간단한 부품이라고 하는데..
이곳 현지에서는 무려 10배가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비용보다 마음고생한 것 생각하면..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았는데..아침에는 시동이 잘 걸리는데 엔진이 열을 받거나 낮이 되면 시동을 3-4번 걸어야 겨우 걸립니다.
정비소에 들락거리는 것에 지쳐서 이제는 그냥 타고 다니려고 합니다..
자동차에 너무 맘 고생을 해서 할부로 새차를 구입할까도 생각해보았는데..
이 나라는 모든 자동차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이고 (중고차는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값이 얼마나 비싼지
한국에서 액센트나 아반떼를 구입하는 가격보다는 최소한 천 만원 정도는 더 비싸더군요..(액센트 신형의 경우 2600만원 정도합니다.)
물론 남미의 브라질 보다는 그래도 많이 쌉니다.
이 나라에도 할부금 제도가 있긴 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금리가 비싸게 적용됩니다.
할부금 제도는 자국민과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에게만 해당되고 학생비자나 자원봉사비자 신분으로는 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선교지에 나오기 전에 자동차 정비기술을 익힐 것입니다.
말씀 연구에 힘써야 하는데 자동차를 고치느라 정비공장을 들락거리면서
쓸데없는 잡동사니같은 지식만 드네요..
그래도 이 나라에서 살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정착하던 첫 해에만 리서치한다고 돌아다닐 때 5만 킬로를 주행했습니다. (38만 키로 주행하고 나서 팔았습니다.)
(지금 제가 몰고 다니는 사륜구동 자동차도 주행거리가 33만 키로나 됩니다.^^)
저의 집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왕복하려면 3천 키로나 됩니다. 그래서 나라가 크고 장거리 운전이 잦고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동차 상태에 신경쓸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처럼 주유소가 정비소가 흔하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운전 중에 차에 문제가 생기면 큰 일입니다.
장거리 운전중에 주유소가 보이면 무조건 가득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주유소마다 주유를 한 다음 간단하게 정비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무튼 자동차 때문에 맘 고생하는 것은 모든 선교사들의 운명sad fate인 듯 합니다.
가로등도, 갓길도, 중앙분리대도 없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특히 밤에 운전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먼 길을 갈 때는 차라리 새벽에 출발합니다. 해가 지면 숙소에서 쉬어야 합니다.
자동차 도난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심지어 자동차 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망치로 두드려도 깨어지지 않는 특수필름으로 창문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그래서 아주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는데요..
선교사들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꼭 자동차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만나면 군대이야기를 하지만 이곳에서는 강도를 만난 이야기 아니면 자동차때문에 고생한 이야기가 주 레퍼토리입니다.
고생하기 때문에 추억이 되는 것이고요..ㅎㅎ
아마도 하늘나라에 가서도 그럴 것입니다.
이 땅에서 별로 고생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하늘나라에서는 아마 꿀먹은 벙어리처럼 다른 사람 이야기할 때 듣기만 할 겁니다.^^
선교지에서 자동차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겠지요..ㅎㅎ
그래도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지켜주신 은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남아프리카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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