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내가 블로거가 된 이유

등불지기 2013. 5. 30. 17:52

 

 

작년 2월에 블로깅을 처음 시작했으니 1년이 넘었네요..^^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쓸 것인데 너그러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ㅎㅎ

가끔은 이렇게 방향없는 것처럼 주절거리듯 글을 쓰는 것도 괜찮은 듯 합니다..

 

처음 선교지에 나와서 선교편지를 쓰는데 사진을 몇 장 첨부하니까 용량이 불어나서

메일로 보내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전용 인터넷선이 아직 없고 기존의 전화선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라 한국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의 30분의 1 수준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읽어보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게도 선교편지를 보내는 분들이 계시는데 솔직히 저도 자세히 읽어보지 않는 때가 더 많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생각이 나고 어떻게 사나 궁금해지면 찾아서 읽어보는 정도였습니다.

사실 선교편지에는 늘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사역내용, 가족상황, 기도제목, 등등..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니까 식상해지는 면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역을 했고, 또 앞으로 할 것이고, 그래서 이렇게 기도해주십사 부탁하는 것은 가끔이면 괜찮겠지만

또 교회에 보내는 경우는 적당히 형식적인 것이 오히려 더 낫겠지만

매번 같은 형식의 기도편지는 제가 친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믿음의 성도들과 친구들에게 오히려 부담감을 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똑 같은 내용과 형식보다는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선교지 상황뿐만 아니라 여행기라든지, 혹은 평소 묵상하고 있는 내용이라든지, 때로는 시시콜콜한 가족 이야기라든지..

그리고 사역하면서 느끼고 배우는 것, 묵상한 것, 등등 주님이 주시는 여러 가지 메시지 등등..

제가 나누고 싶은 내용을 기도편지에 담기에는 힘들었습니다.

새포도주는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기도편지는 줄이거나 혹은 교회에만 보내고 블로그에다 올리기로 했습니다.

저를 잘 알고 사랑과 기도로 돕는 많은 등불후원자들이 계십니다.

제 책상에는 그분들의 명단이 항상 올려져 있습니다.

날마다 축복하고 주님 앞에서 기억하며 감사하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받는 사랑과 격려 때문에 이곳에서 행복하게 사역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분들에게 제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기도를 부탁하면 식음을 전폐하고 금식하면서 주님께 긍휼을 구합니다.

고국에서 가정을 이루었다든지 혹은 취업을 했다든지 혹은 좋은 일이 생겼다든지 하면 내 일처럼 기분이 좋고

아프다든지 힘들어한다든지 방황한다든지 하면 제가 기도를 잘 못해서 그런 것처럼 괜히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고마운 분들에게 늘 이런 일을 했고 저런 일을 할 것이고 그래서 기도해달라는 판에 박힌 내용으로 부담을 드리기보다는

삶을 나누고 묵상한 것을 나누고 일상사를 나누고 무엇보다 신앙생활에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떤 분이 어떤 내용으로 고민하고 있다거나 혹은 어떤 것으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할 때

같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주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다가

정리가 되면 나누는 것이 늘 했던 틀에박힌 기도편지보다 훨씬 유익할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제가 블로거blogger가 된 이유는 저와 함께 사랑과 기도로 아프리카에 복음의 등불Lamp을 밝히는 모든 등불후원자들과 삶과 묵상을 나눔으로 섬기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올리는 글이 어떨 때는 지루하고 어떨 때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고 어떨 때는 이해하기 어렵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묵상의 특징이 생각하고 생각하며 자꾸 곱씹으면 맛이 나는 것입니다.

저는 현대인의 특성에 맞게 감각적인 글을 쓸 능력은 없지만 묵상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생활이 바뀌어지는데 생각을 바꾸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고 일종의 노동과 같은 것입니다.

생각의 노동은 그러나 확실한 상급이 있습니다. 그 상급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블로그인 것 같습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마음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어야 하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ㅎㅎ

 

둘째는 저의 성향 때문이기도 한데 저는 자료를 모으고 전수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는 학교신문 편집장도 했고, 신대원 다닐 때도 편집장을 두 번 역임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감성적인 에세이를 쓰는 것이 약하고 대신 논설이나 논평, 비평글에 익숙해졌습니다.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이지만 제가 신대원 다닐 때에는 저보고 교수되라고 이야기하는 친구 전도사님들이 많았습니다.ㅎㅎ

다른 분들은 다들 시험공부와 학점관리에 신경쓸 때 저는 제 나름대로 공부계획을 세워서 제 방식대로 공부하기를 좋아했지요..

그리고 한 학기에 한 편씩 소논문을 쓰기로 결심했고요.. 졸업논문은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써냈는데 원보사로부터 상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틀에 박힌 일상과 다수의 흐름에 괜히 딴지를 거는 청개구리 심보가 제 안에 있나 봅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을 어릴적부터 싫어했고

(예를 들어 남들이 밤새워 공부를 하면 저는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코흘리개 시절부터 집을 나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선교사의 피(?)가 어릴 적부터 흘렀나 봅니다.^^

어릴적 자주 불렀던 노래가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주 복음 전하리"란 복음성가였는데 어릴적 자주 불렀던 노래가 제 운명일 줄 몰랐습니다.ㅎㅎ

신대원 다닐 때 어떤 분이 제게 '풍운아'라고 별명을 지어줄 정도였습니다.

다들 담임목사로 청빙받으려고 애쓰고 이력서에 넣을 학위를 위해 공부하고

심지어 저의 부모님조차 학위공부를 하라고 종용하셨지만..

저는 학교가 웬지 싫고 교수님의 틀 안에 들어가는 것도 싫고 레포트를 내는 것도 싫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는 제가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왜 또 다시 학교에 들어가라고 하는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제일 기뻤던 적이 목사고시를 볼 때였는데 왜냐면 목사고시는 제 인생에 마지막 시험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마지막 시험이라 여기고 열심히 공부해서 목사고시는 네 과목 모두 올100점으로 통과했습니다.

그래도 책도 몇 권 펴냈고 논문을 쓸 때에도 저만의 방법론도 있다고 자부합니다.

신대원 졸업할 때 많은 분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남지 않는다고 말할 때 저는 후회하지 않게 공부를 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비록 평점은 형편없었지만..

논문도 여러 편 내었고 책도 발간하고 논문집도 편찬하고 책도 후회없이 사고 신학적 방법론도 정립했다 자부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선교사로 파송될 때에 어떤 분들은 제가 선교목적이 아니라 학위공부를 목적으로 간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셨고 그래서 교회는 학위공부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지만 저는 학위공부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 방식대로 공부하고 글을 쓰는 일은 계속 해나갈 것입니다.

원래 저는 교단보다는 강단이 좋았고 심방하고 상담하는 교회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복음이 필요한 현장이 좋았고

목회의 자리보다는 낯선 언어와 문화와 낯선 사람들과 부딪히는 선교의 현장이 더 좋았습니다.

 신대원은 제가 훨씬 먼저 졸업했지만 동갑이며 같은 동역자 그룹에서 오래동안 친구와 같이 교제했던 분이 신대원에서 설교학을 가르치는 인기있는 교수였는데 어느날 미국의 한인교회에 청빙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 친구분의 마음에는 목회현장에 대한 열정이, 복음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그의 연구실에서 함께 대화를 나눌 때 그 안에 있는 갈급함과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저는 그때 조만간 목회의 현장으로 떠날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분에 비하면 저는 훨씬 더 들꽃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화원에 진열되어 있는 화분의 꽃처럼 고상하지는 않아도 들풀과 같이 자유분방하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아무도 제 글에 환호하지 않아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혼자서도 아주 잘 놀 줄 압니다.  블로그는 저의 놀이터 중에 하나입니다.^^

들풀과 같이..천방지축 들판에서 뛰노는 코흘리개 어린아이같이 사는 것.. 

하나님께서 처음 제게 주셨던 은혜가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내세울만한 학위도 없지만 저는 선교현장에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이름없는 선교사로 살고 있지만 이 땅에서 두루 다니며 느낀 것들을 여행기로 정리하고 싶었고

이곳 저곳에서 사역하면서 느낀 것들을 혹시 다른 후배 선교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그때마다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한국에서 20여년 사역하면서 강의하고 설교했던 자료들도 조금 남았는데 그중 어떤 것들은 이곳에서

사역할 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그 모든 자료들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블로그가 제일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선교사역을 하면서 역사공부도 하게 되고 때로는 백인과 흑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는 것도 많은데

그 모든 것을 기도편지에 담기에는 어려웠고 블로그에 자료로 남기는 것이 다른 선교사나 혹 관심이 있는 누군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주제가 떠오르면 아드레날린이 막 생겨나는데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글 쓰기를 좋아하는 제 성향에도 블로그는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일년 넘도록 올린 글 600여편 중에 퍼온 것은 1%도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글은 제가 쓴 글이고, 또 아무리 남의 글이 좋더라도 가능하면 퍼오지 않기로 마음 먹고 있습니다.

제가 퍼온 글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오래된 고전이나 보편적인 글일 것입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구성할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블로그 타이틀을 LAMP (Love Africa Mission Project)라고 결정했고

선교사역에 관한 이야기는 주로 LAMP 이야기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기와 음식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아프리카를 느껴볼 수 있도록 했고

그리스도인의 균형잡힌 신앙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성회복학교, 중보기도학교, 기독교교리, 신앙상담, 성경연구, 설교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묵상하는 내용을 정리해서 [내 묵상]에 올리고 있습니다.

제가 아프리카에서 주로 하는 사역이 흑인 목회자를 키우는 강의사역인데

특히 설교코칭에 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따로 [설교클리닉]이란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설교클리닉에 올린 글은 많지 않지만 종종 현지인들에게 강의할 때 제가 올린 글을 다시 읽어보곤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남아프리카 선교에 관심이 많은 예비 선교사들에 대하여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는 블로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복음의 등불 꺼지지 않도록 기름을 부어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고

기도와 사랑으로 함께 하여 주시는 모든 등불후원자들을 위해 블로깅을 계속 해나갈 것입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남아프리카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