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관계관리 relationship advice for missionary
이번에는 선교사의 관계문제에 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1.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에 대처할 줄 알아야
선교사들의 관계문제는 그 툭수한 환경과 상황 때문에 좀 복잡합니다.
일단 외국인이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정서적 외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주변 사람들과 특히 가족과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물론 선교지가 아닌 한국에서도 관계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선교사로 부름을 받고 선교지에서 살아간다면 관계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것이 많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여 선교사님은 결혼하지 않은 싱글인데 중동지방에서 오래 사역하는 중 이러한 외상으로 인해 결국 귀국하여 치료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속사람이 매우 강건하고 남자같이 씩씩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가정'은 선교지에서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가족이 있다는 것은 정서적인 안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2. 선교지에서는 관계가 잘 깨어진다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선교사들은 관계의 깨어짐을 다른 사람보다 잘 경험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선교의 소명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 선교지에서 더 잘 드러나기도 하고, 특히 선교지에서는 '풍요의 심리'를 갖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풍요하다고 생각하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아량을 베풀 수 있을텐데 그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 경우 관계에 의존적인 사람이 되기 쉬운데 의존적인 사람일수록 쉽게 관계의 깨어짐을 잘 경험하게 됩니다. 낯선 문화와 언어 환경 속에서 정서적으로 더 불안해질 수도 있어서 건강한 관계를 맺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3. 스스로를 왕따시킬 줄 알아야
고독한 것과 혼자 있는 것은 다릅니다. 혼자 있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 힘을 얻는 사람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릴 때 에너지를 공급받는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합니다.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선교사는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종종 사람들과 함께 사역하기도 하셨지만 때로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일부러 격리시키기도 하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와 교제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는 스스로를 왕따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주변에 없어도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혼자' 있을 때 '외로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친밀함을 키워나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3. 사람을 사랑하는 법
선교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미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완전한 자로 바라보시는 사랑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불완전한 사람을 완전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종종 선교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비록 나와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나와 여러모로 다르지만 하늘나라에서 영원을 함께 할 사람이라면? 그리스도께서 그를 위해 피흘려주셨고 하나님이 그를 사랑하고 계신다면?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에 그리스도와 같이 영광스럽게 부활하게 된다면? 이런 가정의 질문을 던지다보면 어느새 내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은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불완전한 모습만 바라보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4. 처음 사랑을 잊지 말아야
선교사로 처음 헌신했을 때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처음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했을 때, 처음 은혜를 경험하고 은혜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놀 때, 주님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 처음 사랑을 고백했을 때를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처음 자녀를 품 안에 안았을 때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을 늘 간직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어떤 관계의 어려움도 넉넉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5. 가족에 충실해야
성경은 가족을 배반한 믿음을 저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배우자에게 충실해야 합니다. 신실함faithful이란 맡겨진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에 바쁜 것입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법을 연구하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법을 연구하는 일에 골몰해야 합니다.
6. 하나님께 감정을 토해놓기
하나님 앞에서 내 감정을 쏟아놓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능력을 얻는 길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눈물을 쏟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를 핍박하는 사람 앞에서도 웃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하나님과 수다를 떨 줄 알아야 합니다. 현지인들이나 혹은 한국인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면 하나님 앞에 아낌없이 다 '일러바치는' 것도 괜찮습니다. 토해놓으면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쓴 뿌리가 우리 속에서 자라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용서하고 잊어버릴 줄forgive and forget 알아야 합니다.
7. 소금언약
위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위탁이란 언약을 맺는 것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위탁관계를 또한 소금언약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소금을 두고 화목하라'고 하셨습니다. 소금언약의 대표적인 예가 다윗과 요나단의 관계입니다. 다윗은 요나단과 맺은 소금언약을 지키기 위해 오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에게 긍휼과 은총을 베풀게 됩니다. 용서하는 것과 화목하는 것은 다릅니다. 용서는 지금 하지만 화목은 천천히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화목은 소극적으로 어떤 사람과도 원수를 맺지 않는 것이고, 적극적으로 화목케 하는 자로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적극적으로 소금언약을 가지고 관계를 맺는 것, 언약을 맺고 언약에 자신의 생명을 거는 것, 언약에 위탁하는 것입니다. 이 위탁은 성경이 말하는 최고 수준의 관계요, 가장 거룩한 관계의 단계입니다. (여호수아에 이스라엘과 기브온 거민이 맺은 언약, 다윗과 요나단이 맺은 언약, 결혼식에서 남여가 서약하는 것, 등등은 소금언약(위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8.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과 행동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말을 놓는 일도 주의해야 합니다. 아내와 남편의 관계일수록 더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좀 친해졌다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사랑에 대해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사랑은 무례이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9. 관계는 난로와 같다
성경이 말하는 성경적인 관계는 '소금언약'covenant of salt입니다. 소금언약으로 맺어진 관계는 상대방의 모든 허물과 죄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세상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러한 소금언약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금언약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관계의 경우는 사람들과 정서적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계는 소중한 난로fireplace와 같습니다. 추울 때 난로는 따스함을 선사해줍니다. 그러나 좋다고 껴안으면 내가 타버리게 되고 뜨겁다고 멀리하면 내가 차가워집니다. 소중한 사람은 소중한 난로를 아끼듯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너무 껴안다가 관계가 깨어져서 원수맺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마음도 주지 말라는 그런 뜻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소리만 하고 비위를 맞춰주며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품을 수 있는 온유함과 넉넉함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라는 말씀입니다.
10.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거리를 두라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치고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기 감정과 자기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도 주의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사람도 요주의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비밀을 누설하거나 험담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에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합니다. 고슴도치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함께 대화를 하면 가슴이 찔리고 마음이 아픕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 아픔을 참기도 하지만 견딜수 없으면 적당히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관계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면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을 잘 아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신을 위탁하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하늘의 아버지만을 바라보고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위탁하셨기 때문에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셨고 심지어 제자들이 자신을 떠나갈 때에도, 자신을 부인하고 도망갈 때에도 상처받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 한분으로 만족하고 하나님 한분께 온전히 의존하여 사는 그리스도인은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 없습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남아프리카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P.S.
다시 한번 더 남아프리카에서 만날 수 있는 자카스 펭귄을 통해 사랑을 배워봅니다.
(아프리카 여행기에 자카스 펭귄에 대해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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