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오늘 강의 이야기

등불지기 2014. 3. 7. 06:12

 

 

저는 구름이 좋습니다. 바닷가에서 파도를 구경하는 것보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구름을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사역을 나갈 때 결코 심심하지 않는 것은 계절을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있었던 강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들어섰는데 시커먼 비구름이 위에 머물러 있길래 오늘 강의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강의장소에 들어가보니 캄캄합니다. 마을 전체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늘상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해야 합니다. 그런데 누가 갖다놓았는지 촛불 두 개가 켜져 있었습니다. 저를 위해 켜놓은 것이지만 제가 성경책을 읽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말씀을 열망하는 3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캄캄한 데서 말씀 전해야 제 맛입니다. 저는 밝은 대낮에 강의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학생들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할 때 강의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책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은 역사서 마지막 3권인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서를 개관했습니다. 유다가 멸망하고 포로생활을 마친 후 3차에 걸쳐 귀환하여 성전을 세우고(스룹바벨), 생활을 개혁하고(에스라), 성벽을 세우는(느헤미야) 일련의 과정속에서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개입되었는지, 간단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람들을 준비시키시고 들어 사용하셨는지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과 자신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시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나누었습니다. 먼저 귀환하여 성전을 세웠지만 생활은 따라주지 못하던 백성들의 부흥과 회복을 위해 하나님께서 페르시아 땅에서 어떻게 준비시키셨는가doctrine of providence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여기서 '섭리'라 하는 영어 단어 providence는 '앞서 바라보시고 준비하시는 은혜'를 뜻합니다.

 

두 번 째 세션에서는 5권의 시가서 개관을 했습니다. 시가서 역시 선지서에 속합니다. 즉, 선지자들이 현재의 경험과 감정을 율법을 따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여기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영성spirituality에 관한 선지자적 관점에 관한 공부입니다. 5권의 시가서가 다루고 있는 현재경험의 5가지 측면들이 있습니다. 고통의 문제(욥기), 감정의 문제(시편), 선택의 문제(잠언), 만족의 문제(전도서), 그리고 사랑의 문제(아가서)는 모든 인생이 경험하는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구약 성막tabernacle을 보면 다섯 단계를 거쳐 하나님께로 나아가는데 시가서 역시 다섯 단계로 영성이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가서와 관련하여 구약의 성막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나중에 시간을 내어서 그림을 보여주면서 다시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유대인들은 아가서를 지성소에 비유하며 가장 거룩한 절기인 유월절마다 낭독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성막과 시가서를 서로 연결하여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루 쉬었다가 다시 모일 때는 아가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아가서를 미리 읽어오라고 숙제를 주었습니다. 지금 공부하는 것이 구약개관이지만 때로는 절별verse by verse 공부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난번 룻기를 공부한 것처럼 이번에 아가서를 훓어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강해설교expository preaching에 대해 소원과 감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교회에서 아가서를 가르쳐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다들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오래 목회한 흑인목사라 할지라도 아가서를 제대로 설교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프리카는 아가서에 대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하니 다들 인정하는지 웃기만 합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사역할 때 아가서를 가지고 3박 4일간 청년부 수련회를 몇 번 인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섬겼던 것이 지금도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훗날 하나님께서 하시려는 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작은 일에도 주님을 섬기듯이 해야겠습니다.

 

2014.Mar.6

남아프리카공화국,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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