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어린이주일이 없는 아프리카...그러나
한국에서는 5월 5일이 공휴일인 "어린이날"로, 첫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둘째 주일을 "어버이주일"로 지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어린이날이 없고 교회에서도 어린이주일로 기념하는 교회가 없습니다. 이곳 교회들은 5월 둘째주일을 어머니주일Mother's Day로 지킵니다. 그리고 6월 15일을 아버지주일Father's Day로 지키고, 6월 16일을 청년의 날Youth Day이라 하여 국가적 공휴일로 지킵니다. 어머니 주일과 아버지 주일은 공휴일은 아니나 교회들마다 적극 기념하고 있는데 모계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청년의 날Youth Day을 국가적 공휴일로 기념하는 모습 속에서 아프리카의 저항정신이 느껴집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어린이날이 없는 대신 청년의 날이 있는데요.. 참고로 청년의 날은 1976년 6월 16일 백인정부의 폭압에 저항하여 요하네스버그 남서쪽 타운인 소웨토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던 청년들의 저항정신을 기념하여 나라에서 공휴일로 제정한 날입니다. 당시 백인정부는 흑인학생들에게 백인의 언어인 아프리칸스어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였는데 흑인학생들은 이에 반발하여 거리에 뛰쳐나가 시위를 했는데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나선 백인경찰들은 진압하는 첫째 날에만 200여명을 학살하는 일을 자행했으며 이후에도 수 백 명의 학생들을 죽이고 수 천 명을 다치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공분을 만들었습니다. 그때의 항쟁은 들불wild fire처럼 번져나가 흑인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시작되었고 결국 1994년 최초로 흑인정권이 수립되는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제가 소웨토에서 목회자훈련학교를 섬겼을 때 받은 인상이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소웨토의 목회자들은 그때 그 시절의 항쟁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일어났던 세월호의 참사로 인해 이곳 아프리카에 사는 교민들도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혀 우울한 날들을 보내는 분들이 많았는데요..배가 침몰하는 순간에서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의 말에 고분고분함으로 결국 수 백 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을 보고 무고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어른들의 무책임과 무관심에 대해 분노하며 치를 떨었는데요..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아니다'라고 느낄 때 자신의 주장을 기꺼이 펼치지 못한 아이들의 태도를 생각해보면서 1976년 소웨토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시위에 나섰던 어린 아프리카 학생들의 저항정신을 기념하여 국가가 제정한 Youth Day가 왜 그렇게도 대비가 되어 생각이 나는지 모릅니다.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 잘 듣는 것이 예의바른 것이고 그것이 과연 올바른 처사라고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섬기는 20여명의 작은 한인 교회는 비록 한국어로 예배드리지만 한국교회에서 다들 지키는 어린이주일을 지키지 않는 대신 어머니 주일, 아버지주일, 그리고 청년의 날을 기념하여 작은 선물을 준비합니다. 돌아오는 주일이 어머니주일Mother's Day이라 어머니들이 모두 몇 명이 있는지 보니 7명이 있어서 이번 주간에는 일곱 개의 작은 선물을 구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달 15일은 아버지주일Father's Day로서 모든 아버지들에게 교회에서 선물을 증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청년의 날에는 모든 학생들에게 선물을 합니다. 물론 청년의 날에 작은 어린아이들도 챙겨주지만 모든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불의에 맞서 싸울 줄 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다름 아닌 교회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불의에 저항하는 청년들을 격려하는 Youth Day는 이 나라의 공휴일로서 어린이날과 어린이주일이 없음에도 오히려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교회가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고분하게 반응하는 것과 참 순종은 어떻게 다를까요? 그리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과 불의에 항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불의와 거짓에 대해 어떻게 저항하는 것이 성경적인 것일까요? 제가 배우지 못했고 또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영역이라 제 자신도 머뭇거리게 됩니다. 한국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이 때에 단지 세월호의 침몰이 아니라 한국의 침몰이며, 침몰하는 한국사회에 책임있는 선장이 없다고 탄식하는 이 때에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교회에서 순종을 가르쳤지 저항을 제대로 가르쳤는지에 관해서입니다. 권위에 순종하는 것이 성경적인 정신이지만 불의한 권위에 대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하는 법을 교회가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과연 가르쳤는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순종을 가르치고 훈련시켰지 얼마나 성경적인 저항정신을 가르치고 훈련했는지..진리가 아닌 것에 용감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법을 어른으로서 선생으로서 가르쳤는지 교회와 제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날이 없고, 어린이주일이 없지만 청년의 날을 국가적 공휴일로 제정하여 기념하는 이 나라를 새삼 다시 보게 됩니다.
2014년 5월 첫 주일 저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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