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아빠의 요리

등불지기 2018. 3. 12. 22:56

 

 

아빠가 가정에서 요리하면 좋은 점

 

최근 저는 요리하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요리책도 보고 혼자 이것저것 해보기도 합니다. 요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아내가 한 달 넘게 한국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제가 아이들과 남아서 끼니를 걱정해야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나가서 사먹기에 맛도 만족도 없기에 해먹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마침 방학이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자고 단단히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오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요리공부하고 오후에는 직접 해보고.. 그렇게 공부하고 적어둔 레시피가 500개가 넘습니다. 한식, 중식, 이탈리안식,등등 이제는 어떤 음식이든 별로 두려워하지않게 되었습니다.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목사로서 건전한 취미를 몇 개 갖는 것은 스트레스관리에 좋습니다. 특히 요리는 아주 추천할만한데 낚시나 하이킹 같이 부부가 함께 하면 좋지만 대게 혼자 혹은 동호회로서 하는데 요리의 경우는 아내가 아주 좋아합니다. 혹시 아내가 바쁘거나 아플경우 남편이자 아빠로서 근사하게 식탁을 차리면 정말 아내가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같이 요리를 하는 것도 부부간에도 좋고 아이들과도 추억을 만들수 있어 좋습니다. 왜 진작부터 요리를 배우지 못했을까 약간은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였겠지만 마음의 문제인지 음식은 아내가 해야한다는 가부장적 선입견인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궁중요리사들은 대장금에서 나오는 여성들이 아니라 힘센 남성들이었다는 것이 기록에 나와있습니다. 실제로 요리에는 많은 육체적 노동이 필요합니다.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로 반죽하는 일이 얼마나 팔이 아픈지 모릅니다. 또 무서운 불을 피우고 무거운 솥을 나르고 날카로운 칼로 고기를 손질하고.. 등등 요리는 체력적으로 유리한 남성에게 더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 조선시대 궁중요리사들은 남성이었고 여성들은 음식을 나르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요리란 가정에서 아내 혹은 엄마가 하는 일이라고 하는 생각은 일종의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함께 요리하고 함께 설거지 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보기 좋은 일입니다. 저의 가정에서는 늘 먹는 일상적인 음식은 아내가 하고, 스테이크나 피자나 간식같은 “요리”는 제가 합니다. 저는 아내가 냉장고에서 꺼내서 차려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음식이 훨씬 좋습니다. 늘 먹어도 질리지 않아서 좋습니다. 반면 저의 아내는 제가 “특별하게” 차려놓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제가 음식을 하겠다고 하면 아내는 휴가나가는 군인마냥 좋아라 합니다. 특별히 가정에서 가장이 요리하게되면 외부손님을 초청하여 대접하는 일이 수월해집니다. 만일 가장이 요리를 하지 않는다면 손님을 초대하는 것은 아내의 얼굴을 미리 살펴야 하는 일이 되고 손님이 온다고 하면 아내는 벌써부터 무엇을 준비할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경우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일은 모두 남자의—요리를 비록 못할지라도—일입니다. 왜냐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간단한 샐러드만 준비하면 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부장적인 문화와 편견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명절때 음식문제로 집안의 여성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릅니다. 집에서 음식을 하는 것은 여자의 몫이고 남자는 먹기만 해도 된다는 것은 성경에도 없습니다. 힘들겠지만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한 두 가지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면 됩니다. 처음에는 실수도 하고 잘 안되겠지만 한 두 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메뉴에 자신감이 생기면 다른 메뉴를 추가하는 것은 쉽습니다. (저는 처음 볶음밥과 계란국부터 시작했습니다. 볶음밥에도 계란볶음밥, 야채볶음밥, 마늘볶음밥, 삼겹살볶음밥, 김치볶음밥, 나시고랭, 등 여러가지가 있고요 계란국도 감자계란국 토마토계란국 계란찜 이렇게 확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깨달은 것은 일단 겁없이 막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실패하면 다시 해보면 됩니다. 처음에는 일단 레시피를 따라하는 것이 좋지만 계속 하면서 너무 레시피를 따라 신경쓰는 것도 요리실력향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많은 쉐프들은 레시피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상상력을 많이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그것을 “감을 잡는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감을 잡기 시작하면 이런 저런 식재료를 조합하여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감을 빨리 잡으려면 우선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하면서 재료를 빼기도하고 추가해보기도 하면서 감을 익히게 됩니다.

 

그렇다고 레시피북이나 요리책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요리책을 들여다보는 일이 요즘 즐겁습니다. 음식사진들을 보면서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상상하고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인쇄된 레시피를 봅니다. 그리고 호기심을 끄는 메뉴가 있으면 직접 도전해보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만의 레시피를 갖게되면 굉장히 흐뭇해집니다. 무엇을 ‘새로이’ 만들어내었을 때 갖게되는 즐거움은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내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에 사랑하는 가족이 맛있어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오는 즐거움은 또한 굉장합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 요리cooking는 모든 아빠만이 아니라 교회나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모든 사역자들에게 적극 권장할만한 취미라고 봅니다.

 

PS. 제가 해본 것중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크림치즈케익, 호떡, 피칸을 듬뿍 넣은 와플, 크레페, 탕수육, 규동덮밥, 치킨 스테이크, 돈까스, 수제 햄버거, 닭강정, 오므라이스, 중국식 볶음밥, 토마토 파스타, 게살수프, 또르띠아치틴랩, 피자.. 등이 생각나고요..

 

아내가 특히 좋아했던 음식으로는 김치볶음밥, 중국식 청초육사(칭치아차오로우쓰라고 중국에서는 발음함)와 꽃빵, 비프스테이크, 불고기덮밥, 생크림과 들깨가루로 만든 까르보나라, 등이 있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하지않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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