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내가 요리를 하는 7가지 이유

등불지기 2018. 4. 25. 01:20

 

 

내가 요리를 하는 7가지 이유

 

작년말 아내가 큰 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두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끼니를 걱정해야했습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듯 저는 이번 기회에 요리를 배워보자고 단단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아이들도 방학이고 제가 섬기는 신학훈련학교도 한 달간 방학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으로 레시피 공부를 하고 장을 봤다가 점심을 준비합니다. 설거지를 하고 다시 요리공부를 하고 저녁준비를 합니다. 이런식으로 한 달 넘게 바쁘게 지내다보니 어느덧 요리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볶음밥과 스테이크부터 시작했습니다. 볶음밥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스테이크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레시피를 공부하고 있고 하루 한 끼나 두 끼는 제가 합니다. 제가 하는 동안 아내는 쉽니다. 몇 달이 안 되어 그간 공부한 레시피가 500여개가 넘었습니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이태리식 유럽식 동남아식 아프리카식 등등 종류도 많습니다. 간단한 제빵 제과도 조금씩 연습해보았숩니다. 유투브와 요리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 영문으로 된 요리책도 몇 권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재미없던 요리책이나 요리프로그램이 이제는 재미있어졌습니다.

 

아내가 집에 있는데 굳이 한 두 끼는 제가 직접 하려고 합니다. 제가 요리를 계속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첫째, 요리는 가족과 이웃에게 봉사하는 보편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쉬게하고 아빠가 직접 가족을 섬기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입니다. 요리도 설거지도 남편과 아내가 번갈아가며 합니다. 아내는 좋아하는 한식위주로 저는 그외 양식이나 중식 혹은 이태리식, 등 특식이나 간식위주로 합니다. 이러면 음식준비로 정신없이 보내는 아내의 명절후유증도 없고 갑작스런 손님맞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게 됩니다. 매일 요리하기 힘들다면 주말만이라도 아빠가 요리하는 것은 어떨까요?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모든 아빠들을 존경합니다.

 

둘째, 요리는 생존연습이자 자립연습이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가정에서 요리는 반드시 아내나 엄마가 해야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아내도 제가 요리연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리에 관해 아내와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부부간에 공통된 대화의 주제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셋째, 요리는 가계 절약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리를 하면서 식재료구입비가 올랐지만 가족이 외식하는 것을 일체 하지않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재정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외식하는 비용으로 매주 외식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넷째, 요리는 제게 일종의 도피성입니다.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싶으면 저는 주방으로 달려가 요리를 합니다. 뭔가 만들기위해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좋고 또 가족들이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가 확실합니다.

 

다섯째, 요리는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럴듯하게 요리해서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요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관계나 생활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고난의 연속으로 삶이 힘들고 빈핍을 느낄수록 더 잘 먹어야 합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궁상떨지 않으려면 요리를 배워야 합니다.

 

여섯째, 다양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습니다. 어느 문화를 알아가는 것은 언어와 역사와 음식을 알아야 합니다. 음식에는 독특한 문화와 습관,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살면서도 중국을 느끼고 유럽을 느끼고 미국을 느끼고 동남아를 느끼고 중동을 느끼고.. 아프리카의 시골구석에 살면서 전세계를 맛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통해 저는 설교를 묵상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설교도 어떻게 보면 영혼을 먹이는 섬김의 행위입니다. 여러가지 요리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것이 설교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통찰력을 줍니다. 늘 단조롭고 식상한 메시지 때문에 고민한다면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보면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제가 요리를 계속 배우고 연습하려는 이유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모든 목회자들이, 모든 아빠들이. 모든 남편들이 집에서 요리하게 된다면 세상은 좀 더 밝아지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김광락선교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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