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묵상

배교에 관하여 (히브리서 6장)

등불지기 2020. 8. 2. 23:40



배교에 관하여 (히브리서 6장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믿음을 저버리게 되는 일이 가능할까요? 그렇게 된다면 그의 영혼은 어떻게 될까요?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걸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회개와 구원의 기회가 다시 주어질 수 있을까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히브리서 6장을 중심으로 이 배교의 문제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배교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배교 apostasy 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종교적 신념을 부인하거나 버리는 행위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라 불리던 사람들인데 어느날 자신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고백하게 된다면 그것이 배교입니다.

이 배교는 가능한 것입니까? 예,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금도 배교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인뿐 아니라 교회도 배교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천년 교회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언제나 배교는 있어왔습니다. 종말의 때는 이 배교가 극심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무엇 때문에 배교하는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에게 큰 어려움이 닥쳤기 때문입니다. 핍박과 시련,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이 배교를 조건으로 엄습해왔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가 전달된 교회는 히브리인들만으로 구성된 로마시대의 어느 신앙공동체였습니다. 당시 사회적 상황을 보면 기독교인들은 끔찍한 핍박과 시련의 고통중에 있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기독교신앙을 포기하겠다고 하고 다른 평범한 유대인들처럼 살았더라면 결코 핍박을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혹은 제우스나 아테네를 믿는다고 고백해도 그들은 핍박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독 기독교인들에게만 로마 황제는 가혹한 핍박을 가했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특히 유대인 교회는 더욱 배교의 유혹과 위협이 컸습니다.

신앙생활 교회생활 잘 하다가 자신의 믿음을 부인하거나 포기하는 이유는 자신의 신앙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시련이나 위협이 찾아올 때 언제나 조건이 붙습니다. 이 순간만 믿음을 포기하면 시련은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믿음을 계속 붙들면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순간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갑자기 흔들리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다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게 하셨는가? 과연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면서 이런 지경이 생기도록 침묵하시는가? 이런 물음들이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히는데 이 순간이 바로 배교의 위협 앞에 서 있는 순간입니다.

그러면 배교하는 자에게 회개할 기회, 다시 회복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요? 성경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말씀해 줍니다. 만일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 같다면 다시 회개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하늘의 비침을 받았다면, 만약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제대로 체험한 자라면, 만일 하나님의 말씀을 맛본 자라면 두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배교는 하나님의 아들을 두 번 십자가에 못박아 욕보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회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서 인생이 끝나게 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경고의 말씀은 없습니다.

하늘의 농부가 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늘의 놀라운 은혜를 주시는 목적은 우리에게서 열매를 얻기 위해서인데 은혜를 받고서도 오히려 열매는 커녕 “가시와 엉겅퀴”thorns and thistles 를 낸다면 가차없이 잘라내어 불쏘시개로 쓰려고 아궁이에 집어던질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서운 경고의 말씀입니다.

그러면 배교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붙잡고 살아야 할 말씀이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배교의 무서운 죄를 짓지 않을 수 있을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배교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믿음을 지켜낼 수 있었던 걸까요? 배교의 순간에도 믿음을 지켜낸 그리스도인들이 갖고 있던 믿음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째, 그들은 그 어떤 시련에도 하나님께서 불의한 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10절)

둘째, 그들은 하나님께서 신실한 faithful 분이심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18절)

셋째,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하나님의 약속이 확실하다는 certain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17절)

넷째, 그래서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어떤 시련을 만나도 소망을 잃지 않았습니다.(19절)

이 소망은 배교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며 귀한 것인데 이 소망은 하나님을 아는 참된 지식에서 발아되는 것입니다. 배교의 시대를 살면서 끝까지 믿음을 지켰던 우리의 믿음의 선배들은 자신의 믿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그 순간에도 하나님께서 의로우시며 신실하신 분임을 알고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주신 약속이 확실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갖고 있는 소망입니다. 이 소망이 있기에 배교의 유혹과 위협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소망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고난중에서도 중심을 잡아주고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능력입니다. 이 소망은 영혼의 닻anchor 과 같아서 풍랑이 불어도 강풍에 떠밀려내려가지 않게 해줄쁀 아니라 사나운 강풍도 뚫고 앞으로 전진하게 해줍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이 소망을 가지고 십자가의 고난을 이겨내고 휘장을 지나 지성소로 들어가셨습니다. 그 뒤를 따라 우리도 이 소망의 힘으로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배교의 커튼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육체의 죽음으로 휘장을 찢고 앞서 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려면 우리 또한 그분의 소망, 믿음의 선배들이 붙잡고 휘장을 지나갔듯 우리도 이 소망의 닻을 따라 휘장을 건너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있는 이 소망 때문에 우리는 죽음도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시련과 실패도 우리가 가려는 곳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지 못합니다. 이 소망이란 영혼의 닻이 없는 사람은 배교의 시대를 살아갈 수 없습니다. 두꺼운 커튼이 나를 가로막고 있을 때 포기하고 뒤돌아서게 될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이 소망의 닻이 있습니까?

PS. 배교에 관하여 다룬 영화 사일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