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건물 중심의 목회와 선교의 함정(2)

등불지기 2013. 8. 21. 17:18

 

 

 

위 사진은 수 백년 전에 네델란드 후손들이 남아프리카에 정착했을 때 세운 예배당입니다. 백인들은 어디를 정착하든 항상 예배당을 먼저 건축했고 예배당을 중심으로 church street을 먼저 건설하고 도시계획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인도 그렇습니다. 어디를 가든 한국인은 항상 예배당을 먼저 세우는 일부터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을 부흥케 하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크게 심었으니 크게 거두게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지인들에게 말씀훈련할 때 항상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도전합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예배당 건축하는데 먼저 투자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다들 꿀먹은 벙어리같이 반응합니다. 예배당을 건축하는데 자신의 집을 팔면 가난해질 줄로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쓴 글 [건물중심의 목회와 선교의 함정]에 대해 오해할 여지가 있어서 보완하기 위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 제가 말하려고 한 것은 건물을 짓는 사역 자체가 나쁜 사역이고 따라서 모든 건물을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건축할 때 지혜가 필요하고 조심해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선교사나 목회자에게 건축이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건축이 다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주의해야 하고 지혜를 구해야 하는 일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먼저 실제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아는 어느 선교사님이 있습니다. 그분은 한인 선교사를 만나거나 한국을 방문하면 자신이 흑인 마을에서 10여년 사역하면서 예배당을 10채 이상 지어주었다고 자랑하고 다닙니다. 예배당을 하나도 건축하지 못한 선교사들 앞에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 흑인 마을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당히 말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간단합니다. 자신이 어느 누구에게는 큰 건물을 지어주었고, 다른 이에게는 작은 건물을 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똑 같이 예배당 건물을 받은 현지인들끼리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선교사님은 그 중에 어느 한 흑인 목사에게 더욱 잘 해주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다른 모든 흑인 지도자들이 더욱 그 선교사님을 싫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좋게 건물을 지어준 그 현지인 목사를 다른 현지인 목사들이 질투하고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그 큰 교회에서 목회자를 모아서 성경공부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한 사람도 그 모임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 선교사님은 결국 자신이 그 마을 지도자들을 물질로 잘못 되게 만들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느날 저는 그 선교사님 없이 그 마을의 지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목회자들이 그 선교사님에게 좋은 건물도 받았고 이것 저것 실제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교사님에 관해 불평과 원망을 늘어놓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물질적인 도움을 계속 바라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흑인 지도자들이 실제적인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는 존경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제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건축을 하더라도 지혜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역할 때 건물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예배드리기 위하여 예배당이 필요하고, 선교사를 훈련하기 위해 선교센터가 필요합니다. 목적과 필요에 따라 건축을 해야 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모든 건축이 다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혜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건축사역에 관하여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건축은 현지 지도자들이 서로 분열되고 서로 시기하는 쪽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건축은 모든 지도자들의 연합과 일치에 기여하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크고 화려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현지인 지도자들 모임과 깊은 협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배당 건축이 그 마을 전체를 살리는 쪽으로 기여하는지, 아니면 마을의 공동체성을 무너뜨리는 쪽으로 기여하는지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것은 비단 선교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이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건물은 현지 마을의 공동체성과 지도자들의 하나됨에 기여하여야 합니다.

 

둘째, 가능하면 건물을 임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신학교 건물을 세우지 않는 대신 시골지역을 찾아다니면서 신학을 배우지 못한 가난한 교회 지도자들에게 신학과 성경을 가르치고 훈련할 때 필요한 건물은 제가 가르치고 훈련하는 목회자 그룹에서 직접 건물을 임대하도록 합니다. 종종 현지인들이 양철로 만든 예배당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차고에서, 때로는 가정집에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즉, 건물은 제가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가르치고 훈련하는 현지인들이 직접 의논하고 그들 스스로 그들 주변에 있는 건물을 임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건물을 임대하게 될 경우 제가 불편한 점이 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더 편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셋째, 건물이 필요하다면 화려함보다는 목적에 충실하게 건축해야 합니다.

건물 자체에 너무 큰 예산을 투자하는 것보다 목적에 맞게 지어야 하고 무엇보다 검소하게 지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다목적으로 건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 역시 이 땅에서 선교센터를 건립할 꿈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기도하며 준비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구상하는 선교센터의 경우 결코 크지 않습니다. 50평 규모의 작은 집입니다. 현지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서 영적 훈련을 시키고, 손님대접, 개인기도실, 어린이사역, 청소년 묵상훈련, 예비 선교사를 위한 언어와 문화훈련 등 다목적multi-purpose 건물을 기도하면서 구상중에 있습니다. 건물이 우선이 아니라 목적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즉, 언젠가 목적을 다 성취할 때가 올 것이고 목적이 사라지면 건물도 사라져야 합니다. 건물이 너무 크고 화려하면 목적이 사라졌는데도 건물이 너무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넷째, 현지인들에게 예배당을 지어줄 경우는 자립심을 고려해야 합니다.

선교사가 어느 마을에 들어가서 예배당을 건축할 때 부지를 사고 건물을 크고 화려하게 건축해서 현지인 지도자에게 이양한다고 가정해볼까요? 그런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현지인 지도자들과 현지 교인들이 하나님만 바라보고 의지하는 믿음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선교사 개인을 하나님보다 더 바라보고 의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부지와 건물 등 모든 것을 다 해주었을 때 현지인들은 더 이상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고 다 해 준 선교사만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선교사에 와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심지어는 건물이 황폐하게 되거나 건물을 팔아버리고 도망가는 일도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자립심을 저해하지 않는지 잘 고려해야 합니다. 좋은 방법은 일방적으로 100% 지원하여 건물을 세워주는 것보다는 50% 혹은 70% 정도 도와주고 나머지는 현지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건축하기 이전에 사람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지난 달 제가 가르친 어느 흑인 목사가 찾아와서 자신이 개척하려고 하는데 예배당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저는 2년 가까이 그를 말씀으로 훈련하면서 지켜보았고 그래서 저는 그가 정직하고 신실하며 영혼을 사랑하는 영혼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와 함께 그가 개척하기를 원하는 마을에 들어가서 건물이 세워질 땅을 함께 둘러보고 그곳에서 주님의 도우심을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건축보다 더 중요한 것은 2년 동안 말씀으로 먼저 세웠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을 세우기 전에 건물부터 세우게 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건축을 할 때에도 제 이름으로 도와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올 해부터 주일에는 저희 가족 포함 10여명의 한인들끼리 모여 한국어로 예배드리는 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교회 이름으로 건축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교회 이름으로 흑인 마을에 예배당을 건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100% 다 책임지지 않고 70%만 돕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현지인들의 자립심을 보호할 수 있고 또한 자존심(?)도 지켜줄 수 있습니다. 만일 100% 지원하면 교회 간의 파트너십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선교사 개인이 현지인들에게 100% 책임지면서 건물을 지어주게 되면 파트너십partnership이 아니라 로드십lordship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여섯째, 다음 세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건물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건물은 언젠가 낡아 없어질 것입니다. 건물이 크고 화려할수록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건물은 사람을 키우고,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건물을 세울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지금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른보다는 어린 아이들이, 청소년들이 좋아하고 뛰놀아야 하는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건축물이 그 시대 어른들을 위주로 지어지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사실 건축할 때 어런아이의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다음 세대를 반영해야 합니다. 

 

일곱째, 당연한 것이지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건물이 중심이 되지 않고 영혼이 중심이 되도록 더 나아가 하나님이 중심이 되도록 건축하기 전부터 기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짓는 모든 건물은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 합니다. 선한 일일수록 비방을 받지 않고 시험 드는 사람이 없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목적대로 사용할 건물을 세우는 것은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저는 건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별없는 건축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건축을 하되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지혜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목적을 따라서 지혜롭게 건축할 수 있다면, 모든 건물을 하나님의 목적을 따라 분별있게 세우고 사용할 수 있다면 건축에 기쁨으로 헌신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복(얼굴빛)이 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혜롭게 건축하는 것은 건물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건물이요 더 나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건물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헌신하는 모든 섬김과 수고에 복이 임하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다만 지혜롭지 못하고 자기과시용으로 혹은 분별하지 못하고 건축부터 올인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지혜가 없으면 아무리 선한 의도로 건물을 세웠다 할지라도 그 건물이 지역의 공동체성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수 있습니다.

 

선교지에서 10여년 이상 사역한 선교사를 시니어 선교사라고 부르는데 제 주변에 몇몇 시니어 선교사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건축에 대한 경험도 많고 어떤 분은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건축에 노하우가 남다른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분들이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것은 다름 아니라 건축사역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사역에 보람을 찾지 못하고 회의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사람을 세우는 것이 훨씬 더 보람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목회자훈련사역과 강의사역을 준비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지금 선교경험이 겨우 5년차에 불과하지만 이 땅에 발을 내딛은 날부터 지금까지 이 사역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반면 10여년 이상 이곳에서 사역하던 분들이 갑자기 강의사역을 하려고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마인드의 문제 때문입니다. 건물중심의 마인드를 사람중심의 마인드로 바꾸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건물중심의 마인드를 가진 사역자가 건강한 사람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사실 건물을 세우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세우는 일을 힘쓰다보면 건물을 세우는 것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옵니다. 그러나 그 반대는 결코 아닙니다. 좋은 건물이 좋은 사람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건물을 크고 화려하게 세우면 사람을 모으기는 쉽지만 좋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워집니다. 예수님은 건물을 세우라고 명령하신 적이 없습니다.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고 증인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이 주신 능력을 따라 주님의 사람을 세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건물은 주님이 뜻하시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주님께서 범사에 저에게 지혜와 능력 베풀어주셔서 이 땅에서 선한 일 많이 하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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